2025 플레이엑스포 게임산업 트렌드 특별 강연 - 스팀 앞서해보기

 

스팀 앞서해보기로 성공하기

2025 플레이엑스포 게임산업 트렌드 특별 강연에 참석했다. 이 포스트는 민트로켓 우찬희 기획팀장님의 “왜 덜 만든 게임을 파시나요?”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TGA 최종 후보, BAFTA 게임 기획 부문 수상, 500만 장 이상 판매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그 결과가 아니라, 8개월간의 앞서해보기 과정에서 얻은 실전 노하우다.

이 글이 스팀 출시를 준비하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들어가며

기존 방식들과의 차별점

게임 출시 전 유저 피드백을 받는 방식은 다양하다. 알파 테스트, CBT, 소프트 론칭, 오픈 베타, 크라우드 펀딩 등이 있다.

그렇다면 앞서해보기는 무엇이 다를까?

밸브의 공식 정의에 따르면:

“커뮤니티의 참여로 개발되고 있는 게임을 먼저 만나보세요. 플레이를 하고 피드백을 남기고 구상에 참여해 보세요. 게임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핵심은 ‘구매’라는 점이다. 베타 테스트는 ‘참여’하는 것이고,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해보기는 개발 중인 게임을 직접 구매하고 그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게이머들이 앞서해보기를 하는 이유

밸브가 정리한 게이머들의 동기는 다음과 같다:

  • 흥미롭고 새로운 게임을 가장 먼저 플레이
  • 토론하고 피드백을 나누며 개발에 기여
  • 테스트를 지원하고 버그를 신고
  • 게임이 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 정식 출시 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게이머들은 단순히 게임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좋아하는 게임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개발사가 앞서해보기를 하는 이유

1.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피드백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이유다. 게임은 한 방에 완성되는 프로덕트가 아니다. 꾸준한 개선 작업 없이는 좋은 게임이 될 수 없다.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앞서해보기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다.

2. 현실적인 매출 확보

앞서해보기는 게임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므로 매출이 발생한다. 특히 소규모 게임 개발팀에게는 프로젝트 유지와 회사 생존이 달린 중요한 요소다.

자금 조달을 통해 개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퀄리티나 구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3. 정식 출시의 부담 완화

요즘 콘솔 게임들은 출시 후 버그나 완성도 이슈로 비판받는 경우가 많다. 앞서해보기를 통해 이런 부분들을 미리 다듬고 출시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논란 없이 안정적인 런칭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 이는 앞서해보기를 미완성품의 완전 면죄부로 쓰라는 의미가 아니다. 유저들이 “개발 과정이니까 어느 정도 양해해 준다”는 것과, 개발팀이 “앞서해보기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4. 마케팅 효과와 팬 베이스 확보

정식 출시 전에 미리 게임을 응원하는 팬 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 게임 인지도 향상
  • 위시리스트를 통한 예비 구매자 확보
  • 게임을 옹호하고 대신 싸워주는 든든한 아군 확보
  • 긍정적인 이미지 축적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앞서해보기 단계에서 쌓인 긍정적 이미지가 정식 런칭 시점의 언론 노출과 초반 판매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스팀 큐레이션의 비밀: 밸브에 좋은 인상 주기

스팀 노출의 두 가지 방식

스팀은 매우 특이한 플랫폼이다. 광고 구좌를 구매할 수 없고, “돈을 줄 테니 메인 배너에 걸어달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팀에서의 노출은 두 가지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1. 큐레이션: 밸브에서 직접 선별해서 올려주는 노출
  2. 알고리즘: 유저 개개인에게 자동으로 노출되는 개인화된 추천

데이브 더 다이버의 파격적인 큐레이션

데이브 더 다이버는 정식 출시 시점에 다음과 같은 큐레이션을 받았다:

  • 스팀을 켜자마자 제일 크게 보이는 초상단 테이크오버 배너
  • 팝업으로 노출되는 알림 배너

이는 스팀의 노출 관련 세션에서도 예시로 사용될 정도로 파격적인 큐레이션이었다. 덕분에 런칭 직후 인지도와 판매량이 급증했다.

밸브가 직접 언급한 선정 이유

밸브에서 큐레이션 선정을 알리는 메일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 있다:

“앞서해보기 과정에서 업데이트와 커뮤니티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잘했어 민트로켓!”

판매량이나 매출, 낮은 환불률도 중요했겠지만, 앞서해보기를 잘 운영한 것이 큐레이션 선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앞서해보기를 성공적으로 하는 방법

시작 전 준비사항

1. 높은 완성도의 게임 준비

앞서해보기는 미완성 게임을 내놓고 반응을 보는 수단이 아니다. 이미 잘 만든 게임을 더 잘 만들어서 완성하기 위한 개발 과정이다.

게임의 첫인상은 딱 한 번뿐이다. 실망해서 떠나간 유저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처음에 좋은 게임을 선보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요즘 앞서해보기 단계에서도 이미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게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2. 충분한 게임 볼륨 확보

앞서해보기는 데모도 아니고 테스트도 아니다. 유저에게 게임을 판매하는 것이다. 구매해주는 돈만큼의 충분한 게임 볼륨이 확보되어야 한다.

성공 사례들:

  • 발더스 게이트 3: 앞서해보기 시점에 20시간 이상 플레이 가능
  • 하데스 2: 앞서해보기 분량이 하데스 1의 전체 분량보다 많음
  • 데이브 더 다이버: 기획자가 플레이해도 8시간 정도 걸리는 분량

실제로 데이브 더 다이버 앞서해보기 직전 리뷰를 보면, 50시간, 70시간 플레이한 유저들이 이미 많았다.

3. 아쉬운 퀄리티의 영역은 숨기기

완성된 게임이 아니므로 덜 만들어진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의도적으로 숨기고, 유저에게 보여지는 부분은 무조건 잘 다듬어진 것만 보여줘야 한다.

만들어지다 만 것을 보여주는 것은 차라리 그 부분을 아예 안 만들었다고 하는 것보다 좋지 않다. 아무리 앞서해보기라고 해도 몰입이 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앞서해보기 시점에 밭농사, 피쉬몬 등의 콘텐츠가 90% 이상 만들어져 있었지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통으로 덜어내기로 결정했다.

특수 사례: 엔더 릴리즈는 앞서해보기 분량이 2시간밖에 안 되지만, 분량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듬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수한 케이스이므로 따라 하기는 어렵다.

4. 유저와의 소통 창구 마련

스팀 자체 커뮤니티도 있지만, 게임의 특성과 개발팀의 상황을 고려해서 적절한 소통 창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메인 창구로 디스코드를 사용했고, 데모 시점에 미리 개설해두었다.

주의사항: DC 갤러리나 레딧 같은 유저 참여형 커뮤니티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도메인을 선점하는 사람들이나 악의적인 관리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

앞서해보기 진행 중 핵심 전략

1. 지속적인 콘텐츠 개선

버그나 개선 요소는 빨리빨리 대응해야 한다. 유저 동향을 계속 체크하면서 치명적인 버그는 빠르게 수정하고, QoL(Quality of Life) 관련 편의성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총 8개월의 앞서해보기 동안 25회의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에 3번 이상 업데이트한 셈이다.

2. 유저 피드백을 제대로 듣기

앞서해보기를 하면 매우 다양한 경로로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이 들어온다:

  • 공식 커뮤니티 (디스코드)
  • 스팀 리뷰 및 토론 게시판
  • 업데이트 공지 댓글
  • 유튜브 영상 댓글
  • DC 갤러리, 레딧
  • 뉴스 기사 댓글

유저들은 정말 아무 데서나 피드백을 남기므로, 개발사에서는 이 모든 것을 유의 깊게 체크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 사례: 데이브 더 다이버 팀은 사내 테스트에서 “바다 플레이에 비해 초밥집 플레이가 재미없다”는 피드백을 계속 받아서 이 부분을 약점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모션에서도 비중을 낮추고 시뮬레이션 태그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앞서해보기를 해보니 유저들이 초밥집을 엄청나게 좋아했다. 이후 시뮬레이션 태그를 추가하고 프로모션에서도 초밥집을 더 많이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3. 피드백 선별의 기준

모든 피드백을 다 들을 필요도 없고, 다 들을 수도 없다. 어떤 피드백을 들을지는 개발팀이 결정해야 한다.

기준:

  • 핵심 재미와 관련된 부분: 개발팀이 진행 방식 결정
  • 편의성과 관련된 부분: 유저 피드백을 최대한 수용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도 미니맵 추가, 속도 향상 등의 요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게임의 핵심 재미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반영하지 않았다.

예외 상황: 키 바인딩 시스템의 경우 처음에는 비용 문제로 출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부정 여론이 너무 심해져서 다른 작업보다 우선순위를 높여 빠르게 추가했다. 편의성 관련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동향이 나타나면 빠르게 재검토해야 한다.

4. 개발자 직접 소통의 힘

데이브 더 다이버 팀이 스팀에서도 인정받는 커뮤니티 소통의 핵심은 개발자가 직접 소통하는 것이었다.

시행착오: 처음에는 운영 대행사를 통해 커뮤니티를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CM이 “나는 돌고래다” 같은 콘셉트로 답변하거나, 모든 질문에 “개발사에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만 답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직접 소통의 장점:

  • 게임이나 기획 의도에 대한 높은 이해도
  • 앞으로의 개발 방향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변 가능
  • 유저 피드백을 직접 체감하여 더 빠른 개선
  • 유저 입장에서 더 높은 신뢰도

디렉터가 영어와 일본어를 담당하고, 기획팀장이 한국어를 담당하여 웬만해서는 하루가 넘어가기 전에 답변을 달려고 노력했다.

5. 스팀 리뷰 관리 전략

스팀의 노출 알고리즘은 리뷰 점수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한다. ‘매우 부정적’ 정도까지 떨어져야 추천을 중단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저들은 리뷰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복합적’만 떠 있어도 사기 싫고,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면 믿고 산다.

리뷰 관리 방법:

  • 문제되는 상황을 빠르게 수정하고 패치 진행
  • “이것은 이렇게 수정됐습니다”라고 적극적으로 알리기
  • 대응 가능한 부정 리뷰(버그, 개선 가능한 부분)에 “수정했습니다” 댓글 달기
  • 부정 리뷰를 단 유저가 감동해서 긍정 리뷰로 바꿔주면 두 배 효과

주의사항: 직접적으로 리뷰 수정을 요청하면 스팀 커뮤니티 룰 위반이다. 정성에 감복해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바꿔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6. 신규 콘텐츠 개발과의 병행

앞서해보기를 하면서도 정식 버전을 위한 신규 콘텐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업무 영역이다.

정식 런칭은 기간을 정하기보다는 최선의 상태로 만들고 준비가 된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정식 런칭도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데이트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업데이트가 오랫동안 없으면 스팀에서 경고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 팀의 실제 경험

예상보다 어려웠던 시작

많은 사람들이 “넥슨의 자금력으로 풍요롭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앞서해보기 직전 상황:

  • 목표 위시리스트 달성률 80% (목표 자체도 다른 인디 게임의 15% 수준)
  • 비슷한 시기 다른 국내 게임들보다 훨씬 낮은 수치
  • 트위터 팔로워 적음
  • 앞서해보기 발표 영상 조회수 천 뷰 정도

이런 상황에서 시작해서 최선을 다해 유저와 소통하고 게임을 계속 잘 다듬은 결과, 유저들의 기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앞서해보기 준비 과정

1. 범위 설정

어느 범위를 어디까지 앞서해보기로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앞부분만 잘라서 보여줄지, 만들어진 영역을 최대한 많이 보여줄지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판매하는 것인 만큼 완성된 메인 챕터는 거의 대부분 공개했고, 서브 콘텐츠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2. 개발 방향 설정

앞서해보기와 정식 런칭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은 앞서해보기를 제대로 준비하자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게임의 앞부분을 끊임없이 다듬었다. 특히 초반부 미션이나 튜토리얼은 “이게 정말 최선인가?”를 고민하면서 엄청나게 여러 번 바꿨다. 나중에는 “이제 뭘 바꿔도 바뀐지 모르겠다”는 상태가 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앞서해보기가 꼭 필요한가?

성공한 다른 사례들

앞서해보기 없이도 성공한 게임들은 많다:

플래그 테일: 레퀴엠:

  • 프랑스 Asobo Studio의 30인 규모 회사
  • 출시 3년 만에 100만 장 판매 돌파
  •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팀, 에픽, GOG 등 모든 플랫폼 지원
  • 유비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의 노하우

컬트 오브 더 램:

  • 데모 공개 두 달 만에 전 콘솔 플랫폼 동시 출시
  • 최초 3명, 출시 직전에도 5명의 소규모 프로젝트
  • 디볼버 디지털의 콘솔 퍼블리싱 노하우 지원

앞서해보기의 진정한 가치

앞서해보기를 잘하는 방법을 정리해보면:

  1. 완성도 높은 좋은 게임 만들기
  2. 커뮤니티를 통한 운영과 피드백으로 충성 고객 만들기
  3. 빠른 업데이트 속도로 게임을 끊임없이 개선하기
  4. 리뷰 대응하기

사실 이는 별거 아닌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한 노하우나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결론: 앞서해보기는 상대적으로 경험과 노하우는 부족하지만,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와 의지가 충만한 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개발 방식이다.

끝맺으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커뮤니티와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다면 앞서해보기를 통해서 게임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개선하면서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잘 준비해서 제2, 제3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나올 수 있고, 더 뛰어넘는 게임들이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

앞서해보기는 단순히 덜 만든 게임을 파는 것이 아니다. 유저와 함께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개발 방식이며, 작은 팀도 큰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의 창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와 의지를 갖추는 것이다.